지구 위 모든 생물은 숨을 쉽니다. 산소가 없어야만 사는 특이한 미생물종들도 있지만, 절대다수는 산소를 생명유지와 활동의 원동력으로 사용합니다. 인간도 살아가기 위해선 양질의 음식과 신선한 공기를 흡입해야만 합니다. 맑고 청정한 공기를 깊이 들이마시면 신진대사나 면역력도 증대되고 에너지대사가 활성화되어 활력이 넘치게 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 음식의 양과 질은 전에 없이 풍족해졌지만 대기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습니다. 바르게 숨 쉬는 법도 관심에서 멀어졌고요. 숨은 저절로 쉬어지는 것이기에 그 누구도 제대로 숨 쉬는 법을 배우려 하지 않았고 알려주지도 않았습니다. 오직 수행자들이 숨에 관해 지대한 관심을 두고 탐구해 왔습니다. 동양만 수양의 방편으로 호흡을 중시하는 줄 알았는데 서양 역시 호흡 수행의 역사가 곳곳에 기록되어 있더군요.
동서고금, 문화와 종교를 초월해 세상의 근원을 찾아 나섰던 이들은 호흡을 나룻배 삼아 미지의 강을 건너려 시도했습니다. 그들은 왜 호흡을 중시했을까요? 호흡이 깊고 고요해지면
내면에 몰입해 들어갈 수 있음을 경험으로 터득했기 때문이지요.
학창시절 체력장 테스트를 기억하실 겁니다. 100m 단거리와 오래달리기 종목이 있습니다.
점수와 직결돼 있기에 이를 악물고 달립니다.
결승점을 통과하지만, 여전히 다리가 후들거리고 거친 숨을 몰아쉽니다.
이때 바로 수학 문제를 풀라고 하면 터져 나오는 심장박동 소리와 숨소리만 전신에 울려 퍼질 뿐 과제에 집중할 수 없습니다.
휴식을 취한 후에나 호흡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안정되어 시험을 치를 수 있지요.
몸의 상태가 호흡에 반영되고 이는 마음과 정신의 영역에 영향을 미칩니다.
아래 그림처럼 세 요소는 서로서로 상생상극 합니다.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 뇌파는 감마파, 베타파, 알파파, 세타파, 델타파로 구분된다 합니다.
그중 베타파는 일상적인 활동 중에 나타난다고 하네요. 감정이 격해질 때도 나타나고요.
아랫배에 집중하여 호흡하다 보면 어느덧 숨결이 잔잔해지고 깊어지게 되는데 뇌파가 베타파에서 알파파로 바뀐답니다.
알파파에서는 심신이 이완되어 평온한 마음으로 쉴 수 있습니다.
연이은 업무로 집중력이 떨어지고 나른해질 때 잠시 엎드려 낮잠을 자도 상쾌해지지만, 자세를 바로 세우고 아랫배호흡을 하면 머리도 맑아지고 몸도 개운해집니다.
여기서 더욱더 호흡에 몰입하면 세타파 상태로 들어가게 됩니다.
명상, 기도 등을 통해 도달하는 영역입니다.
반복적인 호흡수련을 통해 경험한 바로는 직관과 통찰력이 상당히 증대되더군요.
오랜 기간 아랫배 특히 단전에 집중하다 보니 정신을 하나로 모으는 힘이 생겼습니다. 여기서 갈무리한 기운이 난관을 동요 없이 꿰뚫고 나아가는 데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생기거나 아이디어가 필요하면 홀로 앉아 눈을 감은 채 호흡으로 잡념을 걷어내며 내면 깊이 들어갑니다.
그곳은 지혜의 보고인 양 넌지시 실마리를 알려주었습니다.
또한, 존재의 근원으로 저의 관심을 이끌었고 세상 만물이 한 뿌리에서 나왔음을 알게 해주었습니다.
종종 위선으로 치장한 제 오욕칠정의 민낯을 마주 대하기도 했고요.
몰래 깔보고 흉봤던 남들의 결점이 제 안에도 똑같이 다 있더군요. 창피해서 들키지 않도록 감추고 억눌러 놨을 뿐.
호흡을 타고 두루두루 여행한 셈입니다. 감탄사를 자아내는 경치 좋은 곳부터 뒷골목 잡초 무성한 공터까지.
다음번엔 아랫배 호흡을 제대로 하기 위한 방법을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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